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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후기

[스타트업 실직 후기] 스타트업의 장단점 - 3년 간의 정든 회사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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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수직 상승하는 수많은 로켓이 보이는가?

2019년 12월 16일,

원래 최종합격했던 대기업 2곳을 마다하고 나에게 연락왔던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첫 출근을 했다.

 

삼성전자 C-LAB 스핀오프 출신이었던 이 스타트업은,

꽤 큰 시드 자금을 받고, 신용보증기금에서 퍼스트 펭귄을 수상하며 추가적으로 초기 투자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창립 6개월이 되기 전 합류한 2번째 직원 멤버로,

2019년 12월 16일부터 2022년 11월 4일까지,

총 2년 11개월간 SW개발자로 이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도 살았다.

 

사수에게 갈굼도 받고,

그만큼 더 많이 성장하며 1~2년차에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책임과 함께 권한도 주어졌다.

 

서비스에 대한 설계를 맡기는가 하면,

매 코드마다 혹독한 코드 리뷰와 함께 밤을 새는 개발 기한까지……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나 또한 이 회사에서 수도 없이 많은 사업 아이디어 제안을 했고,

그 중 수익성이 보이거나 킬링 팩터가 될 수 있을법한 아이템들은 승인을 얻어

내가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개발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로켓이 대기권을 뚫고 나가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어느 우주선이나 무제한으로 급유를 받아 빠르든 늦든 조금씩 위로 올라가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급유가 끊겨 땅바닥으로 이내 추락해버린다.

 

사실 대부분의 로켓은 대기권을 뚫지 못한다.

 

우리가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성공한 스타트업이 몇 개나 되는가?

 

쿠팡, 당근마켓, 토스, 배달의 민족……

사실 진짜 대중이 아는 성공한 스타트업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99.9%는 대기권을 뚫는 데에 실패한다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우리도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2022년이 되고 러·우 전쟁이 발발한 후, 급격하게 세계 경제가 기울며 스타트업이 하나둘 기울기 시작했고,

우리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 회사는 경영악화로 인한 전직원 권고사직 통보를 내리며 막을 내렸다.

 

2022년 11월 4일부로 난 공식적으로 실직자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3년의 기간이 행복했다.

정말 끊임없이 배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2022년에는 뭔가 하나라도 터트려보려고 조금씩 올리던 블로그 글마저 1년간 쉬었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보았다.

 

그래,

그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는 것이다.


배운 것

흔히들 개발자에게 <스타트업>하면

"성장", 그리고 또 "성장"을 손 꼽는다.

 

그렇다.

스타트업에 오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거기에는 숨은 비결이 하나가 있는데,

 

조금 오버해서 죽을만큼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암.

그만큼 일을 시켜대는데 성장을 안 하면 천치 바보인 것이고,

그 일을 시켜대는데 못 버티면 나가는 것이고,

어떻게든 버티지만 성장을 못하면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것이다.

 

다만 모든 스타트업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리더가 없으면 방향성 없는, 그러나 여전히 끊임없는 일만 하며 몸만 상할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닌 커리어만 남는 아쉬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그걸 ㅈ소라고 부르기로 약속했다.)

 

위에도 언급했듯 나는 2년차 초부터 Overall Architecture, Class Diagram, DB ERD 등 UML 다이어그램을 죽도록 설계했다.

갓 1년을 일한 햇병아리가 설계를 대체 어떻게 하겠는가.

전체가 안 보이는데 전체를 설계하라고 하면 그게 되겠는가?

 

그래서 v0.1부터 v0.1.1을 거쳐 v0.9까지 10번을 훌쩍 넘도록

다시 그리고… 다시 그리고… 욕 먹고 다시 그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아이템이 하나, 둘 지나갈 때마다 그 횟수가 줄어들더니,

올해 초부터는 1번 정도 몇 가지 소소한 Fix만 해오면 통과되는 수준까지 실력이 늘었다.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니 당연히 구현 측면에서도 실력이 늘었다.

앱이나 DB, 다른 디바이스와의 통신을 할 때 서버가 어떤 에러 사항을 겪을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으니 더 탄탄한 코딩을 할 수 있었다.

 

그뿐만인가?

테스팅도 더욱 치밀하게 할 수 있도록 시야가 넓어졌다.

 

구현을 하다가도 추가적인 확장성을 고려해서 더 다양한 디자인 패턴을 적용해본다던지,

다른 분야의 알고리즘을 서버에 적용시켜본다던지 (ex. 모터 제어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을 서버의 한 feature에 적용해본다던지)

하는 것도 해볼 수 있었다.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나를 이끌어주셨던 내 사수님께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질 정도로 나는 많이 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똘똘 뭉쳐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로 주니어건 시니어건 모두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하는

워킹 플레이스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

 

나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최선을 다 하는 게 느껴졌다.

프리 라이더는 없었다.

아니, 사실 있었는데 1년만에 사라졌다.

 

그게 스타트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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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뭐……

솔직히 말하자면 보상이 항상 아쉬웠다.

 

우리 회사는 초기 투자금이 상당했기 때문에,

초봉은 아쉽지 않았다.

국내 탑티어 대기업급의 계약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2년차, 3년차가 될 때마다 연봉이 오르질 않았다.

2번에 걸쳐 1.5%, 1% 올랐다.

 

사실 거의 안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뭐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래에 나올 것에 비하면야 뭐……


백수가 되었다!

경기가 안 좋아지고 급격하게 기운 우리 회사는 결국

전직원 권고사직이라는 결정을 내리며 막을 내렸다.

 

11월 3일에 무급으로 일해줄 것이 아니면 나가야 한다는 말에 모두 짐을 쌌다.

그리고 11월 4일에 백수가 되었다.

 

뭐 근로법에서는 한 달 전에 고지하지 않으면 부당해고고 어쩌고……

 

안다.

다 알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 입장에서도 그냥 빠르게 퇴직금 받고 나와서 이직 준비하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되어 가타부타 말없이 나왔다.

 

그리고 내 청춘을 바친 내 회사에서 마지막을 그렇게 싸우고 끝내기 싫었다.

게다가 내가 선택한 스타트업 아닌가?

이렇게 빠르게 막을 내릴 줄은 몰랐다 하더라도, 언제든 이렇게 될 수 있었음은 분명 알고 들어온 것이니

 

어찌보면 나 또한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백수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 발걸음을 내디뎌야한다.

 

그동안 하던 일을 내려놓고 보니

1년간 잊고 있던 블로그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간 업데이트 못했던 포트폴리오도 옆에 있었다.

 

하반기 채용이 거의 끝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것들이 있으니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3년간 배운 것이 많으니 어디든 또 갈 수 있지 않겠는가?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날이 올 때까지 한동안 또 노력해야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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